미국 연준 보유 장단기 국채 비중 변화 2
2025.03.23 - [분류 전체보기] - 미국 연준 보유 장단기 국채 비중 변화 1
미국 연준 보유 장단기 국채 비중 변화 1
10년채를 좀 안들고 있어야 경제 위기가 왔을 때 펌핑도 스근하게 하고,,,단기채 비중을 올릴 여유가 있어야 단기채 금리를 낮춰서 주식시장 등에 유동성도 공급할 것 같은데,,,흠냐리서론지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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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장단기 국채 보유비중 변화의 결정 요인 분석
연준 포트폴리오의 장단기 구성은 통화정책 운영상의 목표와 제약, 정부의 국채발행 환경, 금융시장 상황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아왔다. 본 장에서는 (1) 통화정책 기조 변화, (2) 재정정책 및 국채발행 구조, (3) 시장 유동성 관리 목적, (4) 금융위기 등 비정상적 상황 대응의 측면에서 각각 연준 포트폴리오 장단기 비중 변동의 결정 요인을 살펴본다.
1. 통화정책 기조와 포트폴리오 전략 변화
연준의 장단기 국채 보유비중은 통화정책 운영철학의 변화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정되어 왔다. 위기 이전 연준은 철저히 ‘시장중립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견지하며 단기국채 위주 보유를 선호했다. 이는 장기금리 형성에 중앙은행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연준과 재무부 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고자 한 데 기인한다. 실제 1950년대 연준-재무부 협정 이후 연준 내부에는 “연준이 장기채를 지나치게 보유하면 이는 재무부의 부채관리 정책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자리잡았고, 1990년대까지도 “Bills only” (단기채 위주 운용) 원칙이 명시적으로 회의에서 논의되었다. 연준이 1년 미만 단기 국채를 많이 보유할수록 만기 도래시 재투자를 유연하게 조정하여 시중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고, 또한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구성이 전체 국채 발행구성과 유사해져 장기 특정 구간에 대한 수급왜곡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었다. 요컨대 금융위기 전까지 연준의 국채 포트폴리오 구성은 통화정책의 중립성 유지와 단기금리 중심 운영이라는 당시 기조를 반영하여 장기채 비중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방향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저금리 기조하에서 크게 전환되었다. 2008년 말 기준금리가 0%에 수렴하면서 전통적 단기정책 수단 여력이 소진되자, 연준은 **비전통적 수단(unconventional tools)**으로서 대규모 자산매입과 만기구조 조정에 나섰다. 그 핵심이 연준 포트폴리오를 통한 장기금리 인하 유도였다. 2011년 실시된 Operation Twist는 이러한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준은 트위스트 시행을 발표하며 “보유 국채의 평균만기를 약 6년에서 8½년으로 늘려 장기이자율에 하향 압력을 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장기채 보유비중을 높이는 정책목표를 공개적으로 제시한 사례다. 실제 실행 결과 연준은 2012년까지 약 6,670억 달러 규모의 단기채를 처분하고 동일 금액의 장기채(630년물)를 매입함으로써 목표한 포트폴리오 만기연장을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20082014년 3차례의 양적완화(QE)를 통해 연준은 국채와 MBS 등 장기자산을 수조 달러 규모로 매입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장기증권 보유를 대체하였다. 연준 연구진은 이 기간 연준이 추구한 포트폴리오 목표를 *“금리경로에 대한 시그널링(signal), 시장유동성 공급, 장기기간 프리미엄 흡수”*로 요약하며atlantafed.org, 실제 연준 포트폴리오가 장기국채를 대량 보유함으로써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을 낮추고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음을 계량 분석하고 있다. 10년물 금리가 연준 조치로 1%p 이상 추가 하락했다는 추정치는 이러한 효과의 규모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kansascityfed.org.
이와 같이 통화정책 기조가 단기금리 중심 → 장단기금리 동시활용으로 바뀌면서 연준 포트폴리오의 장단기 구성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최근에도 이러한 기조 변화에 따른 전략 수정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이후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긴축 효과를 노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의 추가 변화는 가급적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이미 장기채를 많이 보유한 상황에서 굳이 매각 등으로 만기구성을 조정하지 않고, 자연상환에만 의존하여 점진적으로 단기비중을 회복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경기여건 악화 시 연준은 다시 금리인하와 자산매입을 병행하는 완화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데, 이때 현 포트폴리오가 장기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정책여력 측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즉 이미 장기국채를 대량 보유한 상황에서는 추가 매입을 통한 marginal 효과가 줄어들 수 있으나, 반대로 향후 만기구성을 단기화(예컨대 MBS를 처분하고 국채를 단기 위주로 보유)함으로써 추가 완화여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kansascityfed.org. 연준 내부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단일 국채 위주(portfolio primarily of Treasury securities)**로 보유자산 구성을 단순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위기 이전처럼 단기채 중심의 짧은-duration 포트폴리오로 회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kansascityfed.org. 이러한 정책방향은 다음 절들에서 논의할 유동성 관리나 재정여건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
2. 재정정책 및 국채 발행구조와의 관계
연준 포트폴리오의 장단기 구성 변화에는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패턴, 즉 재정정책 환경도 중요한 외생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기본적으로 연준은 공개시장조작 시 민간 보유 국채를 매입하므로,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의 만기구성에 연준 포트폴리오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미 연방정부가 재정흑자를 달성함에 따라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국채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 시기 연준의 국채 매입도 상대적으로 단기채 입찰에 집중되었다atlantafed.org. 이는 앞서 언급한 2002년경 연준 단기채 비중이 약 36%까지 낮아진 현상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1998~2001년 동안 재무부는 국채 발행량을 축소하면서 30년물 입찰을 일시 중단(2001~2006년)하는 등 부채만기 구조를 대폭 단축시켰다. 연준은 이 기간 국채조달이 줄어들자 자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기도 했으며, 국채매입을 수행할 때도 남아있는 단중기물 위주로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atlantafed.org. 연준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초 연준 포트폴리오는 재무부의 만기구조와 가장 유사했던 시기였는데, 이는 재무부의 장기채 발행 축소로 연준의 운신폭이 제약되었던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적자 상황에서는 재무부가 국채발행을 급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그 중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092012년 미 정부의 적자재정으로 국채발행이 폭증했지만, 연준은 QE를 통해 발행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매입함으로써 민간에 풀리는 국채 물량을 줄였다. 예를 들어 2013년까지 연준 보유 국채잔액이 2조 달러 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동기간 증가한 미 국채 총발행잔액의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러한 연준의 부채흡수 행동은 사실상 적자재정의 통화금융화(monetization)에 준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연준과 재무부는 공식적으로 각각 통화정책과 부채관리를 독립적으로 수행했으며, 연준의 국채매입은 순전히 거시경제 여건에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 결정의 산물이었다고 설명된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 초 연준 포트폴리오는 재무부의 채권발행 구조와 상당히 괴리가 발생했다. 예컨대 2012년 기준 민간에 발행된 국채 중 단기채 비중은 1520%였으나, 연준은 단기채를 거의 보유하지 않았고 대신 민간이 보유하던 장기채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었다kansascityfed.org. 이는 연준이 의도적으로 재무부와 다른(비중립적인) 만기구조를 택함으로써 정책효과를 내려 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정부의 부채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부수효과도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시기에도 대규모 재정지출로 국채발행이 폭증하였고, 연준은 초기에 그 중 상당량을 인수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 재무부가 단기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T-빌 발행을 급증시켰다는 것이다. 2020년 중순까지 미 재무부는 단기국채 발행을 몇 달 만에 56천억 달러 이상 늘렸는데, 연준도 2020년 3월4월 시장안정화 조치로 이 T-빌의 일부를 적극 매입하였다fred.stlouisfed.org. 하지만 이후 재무부는 조달전략을 장기채 위주로 선회하였고, 연준도 추가 T-빌 매입을 중단하면서 민간이 대량 보유한 단기국채가 시장에 남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2020년 후반 이후로는 연준과 재무부 간 만기구조 괴리가 축소되어, 연준 포트폴리오와 전체 국채발행 구성의 차이가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kansascityfed.org. 이는 연준이 코로나 위기 시 시장기능 유지를 최우선하면서, 국채매입 구성도 발행량 비중에 가깝게 배분한 정책 선택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연준이 명시적으로 “시장중립”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단기자금시장과 장기금리시장 모두 불안정했던 점을 감안해 전 구간 국채를 포괄적으로 매입한 결과가 발행구조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이어진 것이다.
향후 재정정책과 연준 포트폴리오의 관계를 가늠해보면, 두 기관 모두 만기구조를 단기화하려는 유인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20년대 들어 미 연방정부 부채가 GDP 대비 역사적 최고수준에 근접하면서, 재무부는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단기물 발행을 늘릴 수 있다. 실제 2023년 현재 재무부는 팬데믹 시기 급증시킨 T-빌 비중을 서서히 정상화(축소)하고 있으나, 향후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단기국채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kansascityfed.org. 연준 역시 앞서 언급했듯 정책여력 확보와 이자위험 축소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단기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kansascityfed.org.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무부와 연준 모두 단기국채 비중을 확대하려 할 수 있는데, 이는 시장에 안정적 단기 안전자산(safe asset)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으나 한편으로는 장기국채 수요 공백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향후 재무부-연준 간 공식 협의는 없더라도, 각자의 행동이 국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상호 간 암묵적 조율(implied coordination)**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연준이 장기채를 대량 매각하거나 재무부가 단기채 발행에 편중할 경우 채권시장의 한쪽 끝 단에서 급격한 금리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환경 변화는 연준 포트폴리오 결정에 계속해서 제약조건이자 고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3. 시장 유동성 관리 목적
연준의 장단기 국채 보유비중은 시장 유동성(absorbing or supplying liquidity)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 면이 있다. 연준은 전통적으로 단기 국채를 **“유동성 조정용 자산”**으로 간주해 왔다atlantafed.org. 구체적으로, 경제 여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할 때는 단기채를 매각하거나 만기상환하고, 반대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때는 단기채를 다시 사들이거나 재투자함으로써 신축적으로 대응해왔다. 단기채 시장은 통상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여 연준이 매매를 통해 빠르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만기가 짧아 만기 도래 시 별도 매각 없이도 포트폴리오 규모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준 포트폴리오에서 단기채를 많이 보유하는 것은 **“유사시를 대비한 보험적 의미”**를 가진다. 실제 일본은행의 사례 등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중앙은행이 단기국채를 다량 보유하면 위기 시 민간으로부터 이들을 사들여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위기대응 능력이 높아진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연준 역시 2008년 위기 이전에는 이 같은 관점에서 단기채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의 유동성 관리 프레임워크는 2008년 위기를 거치며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은행체계에 공급되는 준비금 규모를 세밀히 조절하여 초과지준을 최소화하고, 조그만 유동성 수급 불균형도 단기 공개시장조작으로 메우는 **“제한적 준비금 체제”**를 운용했다kansascityfed.org. 이 환경에서는 연준이 예기치 않은 유동성 수요에 대응하려면 반드시 자체 보유자산(주로 단기채)을 매각하여 준비금을 흡수하거나 방출해야 했고, 그런 이유로 단기채 보유는 필수적이었다kansascityfed.org. 실제 금융위기 전 연준은 대규모 여타 대출(예: 2001년 9·11 사태 직후 긴급할인창구 대출)이 발생하면 곧바로 동일한 만큼 국채매도를 단행하여 준비금 중립화를 시도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도 유동성이 높은 단기채 보유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2008년 이후 연준은 초과지준이 큰 폭으로 늘어난 “풍부한 준비금(ample reserves) 체제”**로 이행하였다. 더 나아가 2019년 이후에는 초과지준에 이자(IOER)를 지급하는 상시적 여건 하에서, 연준이 일일 단기조작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장금리를 정책금리 목표 범위에 들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구축하였다. 이로써 과거처럼 연준이 자산을 신속하게 매매하여 유동성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예컨대 2023년 SVB 사태 때 연준은 대규모 긴급대출(은행기간 대출제도, BTFP)을 공급했음에도, 별도로 자산을 매각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도 초과지준을 흡수해 금리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재의 풍부한 준비금 체제에서는 단기채 보유 비중이 낮아도 정책금리 통제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유동성 관리 목적은 예전만큼 연준 포트폴리오 구성에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 연준도 2019년 풍부한 준비금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대규모 대출 실행시 과거처럼 단기채를 매각하여 상쇄할 필요는 더 이상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kansascityfed.org. 이는 연준이 향후 포트폴리오를 단기채 위주로 복귀시키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 없이 통화정책 구현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다만,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의 단기채 활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향후 전통적 재할인창구 대출 이외에 새로운 유동성 공급 수단이 필요한 위기가 올 경우, 연준이 다시 단기채 매입·매도를 적절히 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가을 단기자금시장 경색 시 연준이 T-빌 매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공급했던 사례는, 풍부한 준비금 체제에서도 단기채 매입이 유효한 시장안정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준이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단기채 비중을 늘린다면, 준비금 체제 변화(예: 양적긴축 심화로 준비금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즉 **단기채 보유는 일종의 정책여지(optionality)**를 제공한다. 이러한 고려까지 종합하면, 연준이 최근 단기채 비중을 매우 낮게 유지하고 있음에도(2025년 현재 약 5%) 이는 준비금 체제 전환에 따른 의도적 선택이며, 필요시 언제든지 단기채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재정정책이나 시장 상황 변화 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중앙은행의 단기채 보유는 시장의 안전자산 공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준이 단기국채를 많이 보유하면 민간에 유통되는 단기 안전자산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kansascityfed.org.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준은 전체 미 발행 T-빌의 25% 이상을 보유했고, 이는 민간 부문이 확보할 수 있는 초단기 안전자산을 그만큼 축소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안전자산 부족은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연준이 이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단기채 비중을 낮춰왔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2020년대 들어 미 재무부가 T-빌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시장의 단기자산 수요는 상당 부분 충족된 상태이며, 현재 연준이 단기채를 적게 보유하고 있어도 민간의 단기 안전자산 부족 문제는 이전보다 완화되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처럼 유동성 관리와 안전자산 공급이라는 두 측면에서 연준의 단기채 보유전략은 복합적인 함의를 지닌다. 최근 연준이 장기채 위주 보유정책을 지속하면서도, 필요시 단기채 매입으로 시장안정에 개입하는 유연성을 보여준 것은, 시대적 여건 변화에 따른 운영철학 전환을 시사한다.
4. 금융위기 등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대응
연준 포트폴리오의 장단기 구성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와 코로나19 팬데믹(2020) 등 비정상적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가장 급격하고 예외적인 변화를 보였다. 앞서 I장과 II-1~3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시 단기채를 거의 모두 처분하여 유동성을 공급하였고libertystreeteconomics.newyorkfed.org, 이후 장기자산을 대량 매입하여 포트폴리오 구성을 급격히 장기화시켰다. 2020년 코로나 위기 시에도 연준은 수 주 내에 수조 달러 규모의 장기증권 매입을 단행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위기 대응 국면에서는 연준이 평소에 유지하던 포트폴리오 전략을 뛰어넘는 비상조치들이 나왔으며, 단기채와 장기채 비중도 정책목표 달성에 맞춰 극단적으로 조정되었다.
2008년 위기 대응은 양적완화 정책의 탄생으로 요약된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가 0% 부근으로 떨어진 후 추가 통화완화 수단이 필요해지자, 이례적으로 **재무부 이외의 증권(MBS, 기관채 등)**까지 포함한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이때 국채 중에서는 중장기채 위주로 매입하여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 동시에, 은행권 등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즉 연준은 한편으로 단기국채 보유를 줄여 초과지준을 확대(유동성 공급)하고, 다른 한편으로 장기국채 보유를 늘려 장기시장금리를 인하(경기부양)하는 이중 전략을 펼친 셈이다atlantafed.org. 이는 중앙은행으로서 상당히 비전통적(unorthodox) 접근으로, 연준이 국채 포트폴리오를 거시경제 조정에 직접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나와 있지만, 전반적인 합의는 연준의 장기자산 매입이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하방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Gagnon 등(2011)은 QE1 기간 연준의 국채·MBS 매입이 신용스프레드 축소 및 장기금리 30100bp 인하 효과를 발휘했다고 추정하며, **포트폴리오 재조정(channel)**을 통한 정책파급경로를 입증하였다. 다만 이러한 비상조치의 대가로 연준 포트폴리오는 큰 규모와 높은 금리위험을 떠안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연준이 장기채와 MBS를 막대하게 보유함에 따라, 금리가 오를 경우 중앙은행이 막대한 평가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실제 20222023년 기준금리 인상기에 연준이 보유한 장기 증권 포트폴리오는 시가평가 기준 약 1조 달러 이상의 미실현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연준은 만기보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현손실을 보진 않지만, 중앙은행 재무제표의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재무부 송금 감소 등 부수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위기 시 연준의 비전통적 포트폴리오 운영이 사후(事後)에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대응에서도 연준은 **“국채시장의 최종버イヤ(buyer of last resort)”**로서 망설임 없이 개입하였다. 당시 단기간 내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시장 유동성이 경색되자, 연준은 2020년 3월 16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필요한 만큼”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이 발표 후 연준은 불과 6주 만에 약 1.5조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으며, 국채 수급불안을 빠르게 해소했다fred.stlouisfed.org. 금리인하 여력이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연준의 이같은 조치는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로 받아들여졌고, 미 재무부가 전례없는 적자국채 발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도 했다. 다만 코로나 충격 당시 연준의 매입은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장기물에 국한되지 않고 단기물까지 포함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초기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유동성 부족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신용경색 완화가 최우선 목표였고, 이후 상황이 안정되자 필요 이상의 장기구간 왜곡을 피하기 위해 매입을 발행비중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2020~2021년 연준 포트폴리오는 장단기 구성 면에서 금융위기 직후(2010년대 초)보다 균형있게 유지되었으나, 총자산 규모 측면에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연준의 이 같은 신속한 조치는 팬데믹 위기의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위기 시 연준 포트폴리오 변화가 시장에 미친 파급 사례는 다각도로 관찰된다. 먼저 금리곡선(yield curve) 측면에서, 연준의 장기국채 매입은 명백히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축소하고 수익률곡선을 평탄화하는 힘으로 작용했다kansascityfed.org. 20112013년 장기국채 금리 하락과 단기-장기 금리차 축소에는 연준의 국채만기 연장 정책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 연구는 트위스트 시행 전후 10년물 국채금리가 즉각 15bp 이상 하락했다고 보고하며, 이는 연준의 장기채 수요증가가 시장 기대에 선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n.wikipedia.org. 또한 연준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인플레이션 기대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많이 매입하면 장기물 금리가 낮아지는데, 이것이 투자자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는지 여부는 논쟁적이다. 다수 연구는 연준의 QE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지 않았다고 결론짓는데, 이는 자산매입이 주로 실질금리(기간프리미엄) 하락을 통해 작동했고 예상 인플레이션 경로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했음을 시사한다crsreports.congress.gov. 한편 시장유동성 측면에서는 연준의 대규모 매입이 단기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되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보유 증권량 감소로 유동성 흡수 효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20092014년 연준이 MBS까지 포함한 거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자, 민간 금융중개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안전자산 풀이 줄어들어 시장유동성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지적이 있다atlantafed.org. 이는 연준이 2013년 이후 포트폴리오를 축소 또는 유지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안전자산 보유량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테이퍼링(tapering)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결국 연준은 2014년 테이퍼링을 거쳐 2017년부터 QT에 착수함으로써 민간의 국채 보유몫을 점차 돌려주기 시작했다. 이는 연준 포트폴리오 변화의 시장영향(금리, 유동성 등)이 정책 사이클과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완화 국면에서는 연준이 장기증권을 흡수함으로써 금리를 낮추고 민간위험 부담을 덜어주지만, 긴축 국면에서는 다시 민간이 그 증권들을 흡수하게 하여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패턴이다atlantafed.org. 이러한 과정에서 시장은 연준의 매입/매도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2013년 이른바 “긴축 발작(taper tantrum)” 에피소드 등으로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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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3 - [투자/경제] - 미국 연준 보유 장단기 국채 비중 변화 3
미국 연준 보유 장단기 국채 비중 변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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